<자살한다고 나간 남편을 찾아달라는 아내의 외침>
내가 근무하는 청성파출소는 변형된 3교대 근무를 하는 관계로 평일에는 파출소장, 관리반, 순찰요원 2명이 근무하는 방식이다. 다른 지역보다 치안수요가 적은 지역인 관계로 적은 인원으로 근무하는 상황인데 큰 사건이 발생할 경우에 조금 불안한 경우가 있다.
일상처럼 근무교대 후 순찰활동을 하던 어느 날이었다. 같은 조원인 성덕모 경사와 함께 관내 곳곳을 순찰하던 중 무전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관내에서 자살의심자 관련신고가 접수되었다는 것이었다. 11시 30분경 신고를 접하고 빠르게 신고자에게 출동했다. 산간외지라서 어렵게 찾아가 곳은 허름한 전형적인 농가였다. 신고자는 자살의심자의 아내였다. 자살의심자의 인상착의와 특징점, 운전하고 나간 차량번호와 색상 및 차종 등을 세심하게 메모하고 수색에 나섰다. 휴대폰을 집에 두고 나간 관계로 위치추적을 할 수 없는 난해한 상황이었다.
‘방법은 순찰뿐이다.’라는 생각으로 팀원과 함께 점심식사를 뒤로하고 계속해서 수색을 했다. 2~3시간의 순찰 끝에 청성면에 위치한 장연저수지라는 곳에 다다랐다. 20년 넘는 경찰생활의 감으로 이곳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충청북도에서 2번째로 크다는 저수지라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종종 오는 곳이기도 해서 더욱 의혹이 지워지지 않았다. 장연저수지 일대를 샅샅히 수색한 결과 아내분이 말해준 흰색 라보트럭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순찰차가 가시거리에 들어왔을 때에는 자살의심자가 탑승한 차량이 시동을 켠 채, 낭떠러지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신속하게 순찰차에서 내려 낭떠러지 가까이 간 차량에 도달했다. 차량의 속력이 조금만 빨랐어도 참으로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사람목숨이 우선이다.’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 순간에 재빠르게 운전석 문을 열고 시동을 끈후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웠다. 운전자가 엑셀을 밟았더라면 낭떠러지로 3명이 떨어질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우선 차키를 뽑고 조수석에 동승해서 사정이야기를 듣고 설득에 들어갔다.
자살을 시도하려던 이유는 신장암 선고를 받고, 수술을 받은 경력이 있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건강이 좋지 않고 함께 사는 아내도 관절이 약하고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희망이 없다는 생각에 자살을 결심했다고 한다.
“자살로 모든 것이 해결해주지 않는다. 남아있는 아내분을 생각해서 생각을 고치고 열심히 살아가라.”는 등의 희망적인 말들을 계속한 끝에 귀가를 결심시켰다. 4시간동안 홀로 걱정했을 아내분도 안심시키고, 자살의심자를 귀가시키고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수 있었다.
노령인구비율이 높은 관내사정상 노인분들이 농약을 드시고 비관자살하는 경우가 한달에 한번은 발생한다. 독거노인들이 많고, 자식들의 관심과 배려가 부족한 상황에서 선택하는 최악의 경우이다. 참으로 안따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누군가의 관심과 따뜻한 손길이 부족한 어르신들이 너무나 많다. 자살한 후 며칠이 지난 후에서야 발견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경찰관으로서 범죄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주변 경로당이 노인회관에 들러 외로우신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한마디 건네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고 근무하고 있다. 이번 경우에도 자살하려는 한 생명을 구한 심리치료사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관은 한가지 일만 잘 해서는 안된다. 호텔리어의 꽃인 “컨시어지”!! 안내데스크보다도 더욱 서비스 정신이 투철해야만하는 컨시어지와 같아야만 한다.
경찰활동 중에 외근순찰요원을 나는 경찰활동의 “컨시어지”라고 생각한다. 항상 자부심을 가지고 외근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옥천경찰서 청성파출소 3팀 경위 전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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