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흘린 땀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모내기 하던 시절 기억하십니까?

 

<모내기 장면 재연 사진(강원일보)>  

 

  동네사람들이 모두 모여 하루에 한집씩 돌아가면서 함께 모내기를 했었습니다. 저희 집 차례가 되면 전날부터 음식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함께 일하시는 분들 새참에 식사까지 모두 준비를 했으니까요.


  힘든 노동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온 동네 축제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루종일 이논 저논을 돌면서 모를 심고, 막걸리를 마시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아직도 제 기억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땀을 흘리며 봄, 여름 내내 온갖 정성을 기울여 한올 한올 곡식이 영그는 모습을 보며, 그간의 힘든 시름을 잊는 짙은 농군의 주름이 눈에 선합니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일군 농작물이 얼마 전 태풍 볼라벤과 덴빈에 의해 한순간 모두 날아가 버렸습니다.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며 참 많이도 안타까워했습니다.


  저희 보은경찰서는 보은군 산외면 산대리에서 벼농사를 하고 계신 정용기 할아버지의 논에서 하루 종일 쓰러진 벼를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세웠습니다.

 

<보은군 산외면 산대리에서 벼 세우기 작업 중>  


  질퍽이는 논 가운데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이리 저리 넘어지기 일쑤였지만, 몸으로 하는 일이라는 것이 몇 번 해보면 금방 요령이 생기는 법이라 이내 제대로 된 자세를 갖추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렇게 저녁이 다 되도록 논에서 뒹굴고서야 일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벼가 모두 일어선 모습을 보고 환하게 웃으시는 할아버지의 주름이 더욱 짙어지는 얼굴을 보며 저희들도 기뻤습니다. 


  아픔은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합니다. 위로하는 것은 상대가 위로받아야 하는 대상이 된다는 걸 다시 확인시켜주는 것 일뿐 진정한 위로는 함께 비를 맞아주는 것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직접 함께 아픔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처음 하는 농사일이  어색해 여기저기 알이 베었지만, 봄부터 흘린 어르신들의 땀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 보람되고, 행복한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모든 농가에 대풍을 기원합니다!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