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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러브

커피 한 대접...그 속에 담긴 따뜻한 정

커피 한 대접...그 속에 담긴 따뜻한 정

우리 주민은 내가 지킨다는 사명으로 오늘도 열심히 순찰업무 중인 박순경...

그런데 갑자기 낯익은 목소리가 박순경을 부른다.

할머니 : “박순경...이리 와서 커피한잔 하고가...내가 맛있게 타줄게...”

박순경 : “아이...할머니 됐어요..저 순찰 돌아야 해요.”

할머니 : “아야...잠깐이면 되니까 이리 와봐라

할머니는 박순경을 손을 잡아끌고 집으로 들어가신다. 원래 커피를 싫어하는 박순경은 차마 사양하지 못하고 어쩔수 없이 끌려들어갔는데...

그런데 이게 웬걸...커피를 들고 오는 할머니를 보고 박순경은 놀라 기절할 뻔 했다. 할머니의 손에는 컵이 아닌 큰 대접이 들려져 있었고 거기에는 커피가 가득 들어있었던 것이다.

얼굴빛이 사색이 된 박순경과는 달리 할머니는 밥숟가락으로 설탕을 연거푸 세 번이나 넣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할머니의 대접커피>

할머니 : “이렇게 설탕을 넣야 달달하니 맛있다

피곤할텐데 이거 쪼께 마시니라, 이게 최곤기라

박순경 : “......할머니..잘 마실게요

(등줄기엔 식은땀이 흐른다)

박순경은 흐뭇하게 바라보는 할머니의 모습에 사양하지

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커피를 마시는데 너무 많이

마셔 점점 속이 안 좋아진 박순경은 지금이라도 뛰쳐

나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착한 우리의 박순경은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결국 한참 뒤에야 할머니가 주신 대접커피를 모조리 비운 뒤 잘 마셨다는 인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이때 박순경이 가는 것이 못내 아쉬운 듯한 할머니가 넌지시 한마디를 건네신다.

할머니 : “아야..벌써 가나? 커피한잔 더 타줄까..?”(순간 온몸이 굳어버린 박순경)

박순경 : “아니에요..할머니. 신고가 들어와서 지금 가봐야 해요. 또 들를게요

박순경은 도망치듯 할머니의 집을 빠져나왔다. 물론 박순경은 한잔 더 하고 가라는 할머니의 따뜻한 정이 고마웠지만 박순경도 살아야겠기에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온 것이다. 박순경의 입가에는 연신 감도는 따뜻한 미소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는 듯 했다.

추억을 더듬어 할머니와의 인연은 5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가을날 모직원이 순찰을 돌던 중 길에서 초라한 행색의 할머니가 떨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파출소로 모셔와 커피를 대접하고 집까지 모셔다 드린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때 이후로 할머니는 말동무가 필요하시면 때때로 파출소를 찾아오곤 하신다.

그런데 최근 파출소 직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생겼다. 할머니께서 몸도 불편하신데 치매에 걸리신 것이다. 자식들은 외지에 나가 살고 있어 보살펴 줄 사람 없이 혼자 살고 계신 할머니는 아파서 더 외로움을 타시는지 요즘 들어 지나가는 순찰차를 더 자주 불러 세우고 전화도 더 자주 하신다.

요즘 할머니는 직원들이 집을 찾았다가 돌아가려고 하면 꼭 하시는 말씀이 있다.

할머니의 집에는 함께 살고 있는 유일한 가족인 흰딩이라 부르는 하얀 진돗개 한 마리가 있는데 할머니는 이 흰딩이를 핑계로 항상 속내를 표현하신다.

<할머니, 박순경, 흰딩이와 함께>

할머니 : 내가 횐딩이 새끼 낳으면 한 마리 주꾸마, 그니까네

자주 찾아와서 내랑 말동무나 해줄 수 있나?“

직원들 : .할머니 새끼 낳으면 꼭 주셔야 해요. 자주 올게요

직원들은 정말로 기대된다는 듯 할머니 앞에서 밝은 미소로

답해드리고 뒤돌아서곤 한다.

하지만 이럴 때면, 겉으로 웃고 있는 것과 달리 직원들의

마음속에는 보이지 않는 눈물이 흐르고 있다.

흰딩이는 새끼를 가질 수 없는 수컷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우리 직원들은 문밖을 쳐다본다. 이 시간쯤이면 환한 웃음을 띠며 할머니가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파출소의 인연은 비록 사소한 커피 한잔에 의해 시작되었지만 이 소중한 인연은 이제 경찰생활을 시작한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다.

말로만 떠들어 대던 국민을 위한 경찰활동, 그것은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며 정을 나누는 작은 관심에 의해 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앞으로 나는 우리 경찰조직이 엄정한 법을 집행하는 단순한 법집행기관이 아니라 국민들과 더욱더 가까워 질 수 있는 따뜻한 을 지닌 조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동경찰서 황간파출소 순경 정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