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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러브

경찰 아저씨의 늙은 형 되기 프로젝트

경찰 아저씨의 늙은 형 되기 프로젝트

쨍쨍하기만 한 해가 무척이나 야속한 날입니다. 그러다 금방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소나기를 뿌립니다, 순간 아까가 나았다 싶습니다. 요즘 같이 습도가 높고 더운 날씨에는 더욱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뉴스에서는 불쾌지수가 70을 넘었다고 하는데 요녀석들이 오늘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우리는 오늘도 매일매일 학교폭력-자살기사를 보면서 모두가 움찔합니다. 온통 대화는 또 뛰어내렸다네...”, “오늘 신문 봤어?? 중학생이 글쎄 친구를 전단지 배포 아르바이트까지 시켜가며 돈을 빼앗었다네.......”, “이 놈들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어떻게 하려고,,,”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모든 곳에서 학교폭력의 예외지역은 없습니다. 도시는 도시라서, 시골은 시골이라서 학교 폭력은 있습니다. 특히 시골은 조부모 가정이나 한 부모 가정이 많은 까닭에 더욱 학교폭력의 위험성이 높은 실정입니다.

처음엔 저 역시 일반 다른 사람들처럼 학교 폭력 가해학생들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 찬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의 생각은 하나하나 변해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시간 점심을 먹으며 그날도 학생들 이야기를 하던 우리는 소장님의 한마디에 모두들 수저를 내려놓고 말았습니다. “있지.. 과연 우리가 그 아이들에게 가해자라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 우리가 그 아이들에게 가해자는 아닐까??” 모두가 숙연해졌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우리가 가해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학생들과 함께하고 그들이 다시는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우리가 '가해자기 되지 않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자!!

우리는 우선 작은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폭력학생들에게 나타나는 가장 일반적인 특징이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이 없다는 것입니다. 알지 못해서 또 가끔은 현실이 너무 힘들다 보니 아이들에겐 꿈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아이들에게 경찰 이라는 직업을 소개해 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일일경찰관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함께 순찰차를 타거나 파출소에서 잠시나마 체험을 해보도록 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해 하던 학생들은 몇 시간 만에 금방 익숙해져 즐거워했고, 또 순찰차를 함께 타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 “,,내가 저랬어요??” “진상이네!!”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들의 모습에 대해 다시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경찰 아저씨들과의 운동회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 중이 하나가 아이들이 넘치는 에너지를 분출하고 사용할 적당한 취미나 생활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우리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체육수업을 가장 좋아하는 시간으로 꼽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아이들과의 작은 운동회를 준비했습니다.

달리기, 족구, 축구, 피구가 전부인 운동회였지만 정말 짜릿한 시간이었습니다. 군대에서 특박 축구를 하던 아저씨들과 10대들의 축구 경기는 정말 말 그대로 불꽃 튀기는 승부였습니다. 승패를 떠나 하나가 되어 즐기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몸을 부딪치며 축구를 하다 보니 아이들과도 정말 가까워지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운동장에서 아이들은 정말 날라 다니더군요. 이렇게 뛰는 것이 좋은 아이들이 하루 종일 좁은 교실에 있는 다고 생각하니 답답하기도 하겠다 싶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아이들과의 하루가 오늘도 지나갑니다.

처음에는 어렵게만 생각하고 거리를 두며, 경찰아저씨로만 바라보던 눈빛이 이제 많이 부드러워지고 마음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가끔은 늙은 형이라고 부르며 넉살을 부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학교 폭력 아이들을 비뚤어지고 심성이 못된 바닥인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그냥 아이들입니다. 굳이 다르다면 또래보다 조금 더 철이 없어 남을 배려할 여유가 없는,,,,아이입니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그들을 대하다 보면 그들은 그저 맘 여리고 어린 아이들이 그 안에 있습니다.

남들과 조금 다른 가정상황과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환경으로 마음 둘 곳이 없는 그리고 사회에서 상처받아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그 안에는 있습니다.

그런 그 아이들을 가해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가해자인 건 아닐까요??

오늘도 불쾌지수가 높은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퇴근시간까지 아무 소식이 없는 것 보면 그 녀석들 오늘을 잘 보낸 것 같아 기특하기만 합니다. 집에 가는 길에 잠깐 들리면 시원한 아이스크림 하나 나이 든 형이 사줘야겠습니다.

이제 그 아이들에게 자신들을 처벌하는 경찰 아저씨가 아닌, 꿈을 나누고 땀을 흘리며 함께 뛰는 늙은 형인 것이 너무 행복한 날입니다. “이 녀석들 오늘은 안 올 모양인데, 뭐 제가 가면 되죠~~^^”

 

영동경찰서 용산파출소

순경 육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