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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러브

꼭 좀 찾아주세요! 제발!

 

우르르! 쾅!쾅!

새벽부터 천둥이 치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아침, “따르릉~따르릉~” 파출소 전화기가 빗소리를 가르고 날카롭게 울렸습니다. 

“오늘 새벽에 남편이 술에 취해서 갑자기 밭에 간다고 나갔는데 전화를 몇 번을 해도 안 받아요. 무슨 일이 생긴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제발 저희 남편 좀 찾아주세요”

아주머니의 목소리를 너무 놀라 있었고,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파출소로 전화를 한 것이었습니다. 신고를 받은 삼승파출소 경찰관들은 궂은 날씨에 혹여 무슨 변이라도 당하신 건 아닐까 걱정으로 가득 찬 마음으로 서둘러 출동을 했습니다.

밭 근처에 남편의 친구가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우선 그 친구네 집부터 찾아가 자초지정을 물으니, 같이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다 자신의 밭 텐트에서 자겠다며 친구의 집을 나선 것이 새벽 3시라고 했습니다.

억수같은 비가 계속해서 내렸고, 진흙밭이 된 길을 걸어 삼승면 서원리에 있는 밭으로 올라갔습니다. 텐트가 눈에 들어 왔고, 비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는데, 인적은 없었습니다. 이름을 불러봐도 텐트 안을 살펴봐도 답도 없고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더욱 거세게 내리치는 빗 속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조급한 마음을 추스르고 침착하게 주변 일대를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텐트에서 약 100여미터 가량 떨어져 있는 나무 밑에서 비닐을 온몸에 감고 쭈그리고 누운 채로 비를 흠뻑 맞고 덜덜 떨고 있는 문씨를 발견하고는 바로 달려가 의식을 확인하니 다행히 이상은 없었고, 신속하게 순찰차에 태워 수건으로 젖은 몸을 닦아 주었습니다.

남편 걱정에 발 동동 구르며 소식만 기다리고 있을 아주머니는 아저씨가 안전하다는 전화에 다급한 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갑작스런 폭우로 생명의 위험에 처해 있었고, 굵은 빗줄기에 시야 확보가 어려운데다가 농사용 비닐을 몸에 두르고 수풀이 우거진 바닥에 누워있던 터라 자칫하면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지역주민에 대한 열의와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한 의지와 사명감으로 미귀가자를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농사일을 모두 마치고 뒤늦은 저녁을 먹고 하루의 고단함을 푸는 시골 마을의 잔잔한 시간이 흘러가는 중 파출소 전화기 벨이 정적을 깨웠습니다.

“파출소지유?”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님의 목소리였습니다.

“밭에 가서 일하고 들어왔는데 집사람이 없어서 여적 찾다가 못 찾아서...”

할아버님의 목소리에 힘이 없으셨습니다.

할머니는 약간의 치매 증상이 있으신 요보호자로, 수 차례 집을 나가 배회한 적이 있으며, 평소에 옛날 친정집이 있던 삼승면 달산리 마을까지 걸어서 무작정 가는 것을 여러번 발견해서 집에 모셔다 드렸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경북 대구에 살고 있는 아들을 만나러 가겠다며 버스를 타려는 것을 간발의 차로 발견해서 말린 적도 있었습니다.

힘든 밭일을 하고 점심을 드시러 집에 들린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또 사라진걸 아시곤 배고픔도 잊은 채 혼자서 집 주변과 달산리까지 걸어서 할머니를 찾아 돌아다니시다가 지쳐 저녁 늦게 파출소에 전화를 거셨던 겁니다.

할머니의 인상착의와 그동안 발견되었던 지역을 우선 파악하고, 인접 읍내지구대, 마로파출소는 물론 인접서인 옥천경찰서 청성파출소와 안내파출소에 할머니의 최근 사진을 전송하고 공조 요청을 했습니다. 할아버지와 함께 가실 만한 곳을 다시 한번 수색했습니다.

캄캄해 질때까지 계속 된 수색에도 할머니를 찾을 수 없었고, 할아버지를 집에 모셔다 드리면서, “저희가 밤을 새서라도 찾을 테니 어르신은 댁으로 가셔서 눈 좀 부치셔요. 저희가 전화 드릴게요.”라고 안심을 시켜드리고, 다시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밤새 수색을 했습니다. 그렇게 지쳐가던 파출소에 아주 상쾌한 전화벨 소리가 울렸습니다. 공조요청을 했던 청성파출소에서 새벽 5시경 옥천군 청성면 궁촌리 마을회관 앞에서 웅크리고 앉아 있던 할머니를 발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직접 삼승파출소까지 할머님을 모시고 오셨고, 전날의 피로가 한꺼번에 없어지는 큰 웃음을 나누며, 할머니를 파출소로 모셨습니다.

할아버지께 전화를 드리니, 울먹이면서 고맙다는 말만 몇 번을 하셨습니다.

  

 

없어진 사람을 찾는 건 엄청 어려운 일입니다. 가장 막막한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막막함 속에서도 결코 잊지 않는 단어가 바로 사람입니다.

가장 먼저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그 사람의 안전을 가장 먼저 걱정합니다.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사람을 찾고, 그런 간절한 가족의 마음을 공유하기에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보은경찰서 삼승파출소는 앞으로도 사람만 생각하겠습니다.

지역주민의 안전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가장 먼저 지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