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4명 모두 청각장애, 경찰관을 부끄럽게 하다 >
2014. 7. 24. 22:30경 충북 괴산경찰서 청천파출소에 일반전화 02-107번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107 ???”
“여기는 서울 손말이음센터인데요, 신고자가 청각장애가 있어서 휴대폰 문자 접수받은 내용으로 신고를 대신하려 합니다”
신고내용인즉슨 오전에 괴산읍내 시장에 간 어머니(58세)가 밤 10시가 넘어서도 집에 돌아오지 않자 걱정하던 둘째 아들(청각장애, 27세)이 도움을 요청하였던 것입니다.
즉시 청천파출소 박종대 경위는 신고자의 집으로 출동하여 청각장애를 가진 둘째아들을 만나 때로는 손짓으로 대화를 시도하고, 안 되는 건 A4 용지에 볼펜으로 써가며 의사소통을 시도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포함 가족 4명 모두가 청각장애라 말을 못하고, 게다가 어머니와 아버지는 글조차 모른답니다. 서로 떨어져 있는 경우 핸드폰 화상통화를 통한 수화를 주고받는 것만이 유일한 소통방법이라는 것인데... 어머니랑은 통화도 되지 않는답니다.
청각장애를 가진 아버지와 형은 함께 밖으로 찾으러 나간 상태고...
둘째 아들로부터 어머니의 인상착의를 알아낸 뒤 경찰서에 연락하여 타격대 출동을 준비시키고 급한대로 순찰차 써치를 이용하며 괴산읍내 방향으로 도로를 거꾸로 진행하며 수색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도로변에 쓰러져 있을까봐 써치를 이리저리 비춰가며 꼼꼼히 수색하던 중... 23:30경 집에서 수 Km 떨어진 어두운 도로변 풀숲 구석에서 비를 맞고 힘없이 앉아있던 어머니를 발견하였습니다.
어머니를 순찰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와 휴식을 취하게 한 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둘째아들의 통역(?)으로 알아보았습니다.
어머니는 이 날 오전 괴산읍내 시장으로 버스를 타고 나갔는데, 휴대폰을 분실하고, 말도 못하고 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한데다 집에 오는 버스까지 놓치면서 집까지 약 20㎞에 상당하는 거리를 걸어서 왔다고 합니다. 그것도 약 8시간에 걸쳐서... 시골길이라 가로등도 없고... 비도 억수같이 오는데...
어머니에게는 일반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쉽지 않았나 봅니다. 아마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져 도움 자체를 요청할 생각을 못했나 봅니다.
박종대 경위는 둘째아들과 손짓 및 볼펜 대화를 하며 다음부터는 어머니 주머니에 연락처와 주소를 메모하여 다니게 하시고, 무슨 일 있으면 경찰서나 지구대, 파출소로 가서 도움을 요청하면 우리 경찰관들이 꼭 도와주겠다고 하니... 말 못하는 청각장애 가족들이 연신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 글썽 하더군요...
“제가 오히려 부끄러워졌습니다. 순찰때마다 자주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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