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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러브

옆집 할머니에겐 무슨 일이 !


  우리가족은 4년전에 읍내의 변두리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왔어요. 금동이라는 마을인데 읍내인데도 변두리라 젊은 사람들 보다는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사시는 동네로 매년 겨울이면 다들 김장을 해요 

우리 옆집은 읍내에서 음식점을 해서 그런지 매년 300포기 정도 김장을 담는데 저와 저의 집사람은 옆집 김장때면 의례이 옆집에서 점심을 얻어먹곤 합니다. 막 담근 배추김치에 삶은 돼지고기를 싸서 먹으면 맛이 최고거든요.. 

우리가족이 이사 오고 그 다음해 두 번째로 옆집에서 김장을 담가 점심을 먹던 날이었습니다. 옆집은 김장을 할 때면 할머니 세분이 매년 같이 하는데 그 할머니 중 한분이 제가 경찰관이라는 것을 알고는 저에게 꼭 부탁한다며 말씀을 하셨어요.

할머니 말씀인즉 40살이 넘은 아들이 있는데 10여년 전 행방불명이 되어 꼭 좀 찾아달라며 살았는지 죽었는지 소식 좀 알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좀 더 자세히 알아보려고 할머니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지금부터 13년전 아들이 결혼하겠다며 여자를 집에 데리고 왔는데 남편이 반대를 하여 아들이 결국 결혼을 못하고 어찌해서 데리고 온 여자가 사망하여 아들이 결국 집을 나가 두 번이나 가출신고를 했고 백방으로 수소문을 해도 찾을 수가 없었고 4년전 남편이 돌아가실 때에도 아들이 오지 않아 아들이 어디서 죽은 것은 아닌지 생사라도 알고 싶다며 눈물을 흘리며 말씀 하셨어요. 

                                                      (출처 다음 카페)

그날은 할머니도 김장을 하시러 온 것이라 아들의 인적사항을 정확히 모르시고 또 일요일이라 저도 알아볼 방법이 없어 다음날 전화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다음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할머니에게 전화하여 아들의 정확한 인적사항을 물어서 확인해 보니 아들은 이미 경찰서에 가출신고가 되어 있었어요.

가출담당에게 자초지종을 예기하고는 아들의 소재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였더니 아들이 1년 전 경기도 성남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알려주더군요. 바로 그 병원에 전화를 하여 자초지종을 예기하고는 아들의 연락처가 있냐고 물어보니 연락처는 있는데 개인정보로 알려줄 수는 없다고 하자 경찰서에서 공문을 보내어 아들의 연락처(휴대폰 번호)를 알 수가 있었어요.

떨리는 마음으로 아들에게 전화를 했어요(왜 제가 떨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좀 우습지만) 계속 전화속 신호음이 울리고... 한참을 울리고..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안받더군요.. 그때가 오후였는데 왜 전화를 안 받지.. 별별 생각을 다하면서 일단 기다렸어요.. 전화가 찍혀 있으니까 오지 않을까 하고..

아들 명의로 된 전화가 아니어서 받지 않은 걸까.. 제가 사무실 전화로 해서 이상한 번호가 뜨니까 받지 않은 걸까.. 갖가지 상상을 혼자 하면서.. 

저녁이 되어 다시 제 휴대전화로 다시 전화를 걸었어요..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몇 번의 신호음이 울리며 그 시간이 너무 길다고 느껴질 즈음.. 상대편 전화기 속에서 여보세요.. 순간 저는 무척 긴장이 되더군요. 그래서인지 제가 생각해도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저는 영동경찰서 외사담당 경사 윤회운 입니다. ○○○씨 맞습니까?

아들 : , 맞는데요 무슨일 때문에 그러시죠!
경찰 : .. 다른게 아니구요.. 어머님이 영동읍 금동에 사시지요..
아들 : ..
경찰 : 어머님의 부탁으로 아드님을 찾던차에 이렇게 아드님과 연락이 되었어요. 지금
          사시는 곳이 성남이신가요
..
아들 : 아뇨 성남에 살지 않고 천안에서 노동을 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경찰 :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아들 : , 뭐 아픈데 없고 괜찮아요
경찰 : 어머님께서 아드님을 많이 보고 싶어 하십니다.. 어머님께 꼭 연락 하세요..
아들 : ..
경찰 : 그럼 안녕히 계세요
아들 :  

저는 곧 바로 그 할머니에게 전화를 했어요, 그런데 할머니가 전화를 받지 않더라구요.. 할머니 집 위치는 대강 아는데 정확히 몰라서 일단 저녁에 퇴근 후에 찾아가 보던가 하기로 하고선 퇴근 후에 집에 와서 다시 할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더니 받더라구요.. 

경   찰 : 할머니 아드님과 통화했어요
할머니 : (한참 말이 없으시더니 약간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로) . 정말이예요. 제가
             지금 댁으로 찾아가도 될까요

경   찰 : 아뇨, 제가 할머니 집으로 갈께요

할머니 : 아니예요. 순경님 집으로 지금 바로 갈께요 

그리고는 저는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했고 잊고 있었는데 3일이 지나고 저녁에 퇴근했는데 할머니가 저의 집에 시커먼 봉지에 묵을 담아가지고 오셨어요.. 그러면서 아들이 아직도 연락이 안 왔다는 거예요.. 저도 화가 났어요.. 저는 속으로 아무리 무슨 일이 있었기로 서니 그렇게 알아듣게 말을 했는데 할머니에게 전화를 안해그렇게 생각을 하고는 할머니에게 내일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아드님과 통화하도록 해드릴테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조금 지나서 아들에게 전화를 했어요.

경찰 : 몇 일전에 전화했던 영동경찰서 윤회운입니다.
아들 : ..
경찰 : 어머님께 아직 전화를 안드렸나요
아들 : ..
경찰 : 어머님께 전화를 안 하실 생각인가요
아들 : ...
경찰 :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어머님께 아드님 전화번호를 가르쳐 드려도 될까요.
아들 : .. 상관없어요
경찰 : 제가 ○○○씨께 무례라고 생각되어도 말씀을 드리겠는데요.. 그렇게 알아듣게
         말씀 드렸는데도 어머님께 전화를 하지 않은 것은 아주 잘못된 겁니다
.. 이유야 어찌 되었든 꼭 전화 드리세요.. 전화 안드리면 안됩니다...
아들 : ... 

다시 제가 할머니 집 근처에 가서 전화를 드렸더니 바로 할머니가 나오시더라구요.. “아드님과 통화했는데 아드님이 오랫동안 어머님께 연락을 하지 못해서 전화를 못드렸다고 한다며..” 얼버무렸어요.. 차마 아들이 어머님께 전화를 할 생각이 없다는 말씀을 못드렸어요. 

그리고는 할머니에게 아들의 형인 큰아들의 연락처를 물어 큰아들에게 전화를 하여 동생의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고는 바로 동생에게 전화를 해보시라고 말씀을 드리고.. 할머니에게도 아들의 전화번호를 가르쳐 드리며 큰아들이 동생과 전화를 하고 난 후에 아들에게 전화를 하시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그래야만 할머니가 아드님과 전화통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서요. 

집에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좀 착잡하더군요.. 도대체 할머니와 아들은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아들이 전화도 하지 않을까? 그날은 잠도 잘 오지 않고 할머니가 많이 걱정이 되더군요..

그리고 나서 다음날 출근하여 바로 큰아들에게 전화했어요.. “동생과 통화했냐고 물었더니 동생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거예요.. 어머님은 동생에게 전화를 해보셨는가 물었더니 역시 전화를 받지 않더라는 겁니다...

제가 다시 그 아들에게 전화를 했는데 이제는 받지 않더군요. 

그날 저녁 다시 할머니를 찾아가 할머니를 위로했어요.. “할머니 아드님은 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전화통화를 두 번 했는데, 아주 목소리도 좋았고 건강해 보였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무슨 일인지 몰라도 아직 가족들과 만나기가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좀 더 기다리시면 아드님이 연락 올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했더니,

할머니가 우시면서 순경 아저씨 고맙습니다.. 아들이 살아 있는 것을 안 것 만으로도 다행이예요.” 하시는 거예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2년여가 흘렀는데도 할머니는 잊어버릴만 하면 저희 집에 찾아오십니다.. 찾아오실 때 그냥 오시지 않고 꼭 뭘 들고와요.. 엊그제 올갱이를 잡았는데 맛 좀 보세요.. 농사진 들깨로 기름을 짰는데 한 병 드세요.” 등등 저도 할머니 정성에 대한 보답으로 영양갱, 사탕, 과일 이런 것들을 사다드려요..

올해는 정월대보름 몇 일전에 할머니께서 보름날 해먹으라면서 고사리나물, 참나물, 취나물을 삶아서 손질한 다음 봉지에 담아서 갖다 주시더라구요..

할머니와 저와의 인연은 2년 밖에 안되었지만 할머니가 살아계시는 동안 계속 이어질것 같네요..

                 영동경찰서 경무과 경사 윤회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