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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러브

꽃잎 같은 아이들

 

 

 

언제쯤이면 꽃잎 같이 여린 우리 아이들이 투신하지 않는 평화로운 가정과 학교를 안겨줄 수 있을까? 작년 3월 초 관내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학생 투신자살 사건은 여전히 오랫동안 내 가슴을 안타깝게 한다. 친구가 휴대폰을 빌려간 뒤 메모리 칩을 빼고 돌려준 것을 알고는 친구와 선생님께 돌려줄 것을 요구하고 중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1교시 쉬는 시간에 학교 건물에 올라가 한 잎 낙엽처럼 몸을 던진 것이었다. 핏기 없는 하얀 손바닥에는 깊은 괴로움을 참으며 적었을 아픔의 글자들이 한 글자씩 또렷이 써 있었다. ‘다음 생에는 평화로운 세상이길’ 어른들은 흔히 “요즘 아이들은 약해 빠져서 문제”라고 말한다. 유약하다고 비난하기 전에 그 유약함을 누가 길러 주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부모인 내가, 사회인 우리가 그 유약함 또는 포악함을 길러 준 것은 아니었던가? 아이들 탓만 하기에는 낳은 아이를 버리는 짐승만도 못한 부모가 있는가 하면, 수년간 친딸을 성폭행해 온 있을 수도 없는 일들이 이 아이들 가정 속에서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여성청소년계에서 여성상담관을 맡고 있는 내게 가정에서 생기는 갖가지 문제들이 상담으로 들어온다. 아이들은 아주 여린 꽃잎과도 같다. 작은 바람에도 꽃잎이 떨어지고, 작은 무관심에도 사각사각 말라간다. 아이가 집에 들어와 가방을 집어 던지며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리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이의 문제 행동엔 항상 이유가 있다.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지 못하고 야단만 치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 않으면 아이는 부모에게 마음을 닫고 친구들과 어울려 거리로 나가고 말 것이다.

아동, 청소년의 범죄예방 업무를 하다보니 이제 내 눈에는 찢기고 상처 난 이리저리 방황하다 경찰서까지 오게 된 아이들이 보인다. 문제아이 뒤에는 대부분 문제 부모가 있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부모가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타인에 대한 불친절 등 모든 것을 그대로 답습한다. 아이들은 순수하기 그지 없어서 어려서부터 존중과 사랑으로 어루만지지 않으면 부모가 뒤늦게 애정을 쏟으려 해도 바로잡기가 참으로 어려워진다. 부모의 바른 교육은 아이들을 세심히 이해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 주변 환경 등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부모도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하고, 열심히 공부도 하고, 끊임없이 배우려 노력해야 한다. 어른들이 사랑이라고 착각하며 쏟는 간섭과 이중적인 무관심이 아이들의 마음을 벼랑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닌지 늘 되돌아봐야 한다.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가고 싶은 집은 고소한 간식 냄새가 풍기고, 자신을 하루 종일 보고 싶었다고 안아주는 부모의 웃음과 격려가 있는 그런 포근한 집일 것이다. 어릴 때부터 가슴 속에 풍요로운 추억과 사랑이 많이 쌓인 아이들은 삶의 지혜를 터득하고 유혹을 뿌리칠 힘을 얻어 스스로 강해질 것이라 믿는다. 우리 모두는 내 아이라는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아이들을 돌볼 책임이 있다. 좀 더 평화롭고 행복한 나라를 아이들에게 안겨 줄 어른으로서의 의무와 책임........ 끊임없이 아이들을 위한 나의 역할을 생각하고 고민할 때 내가 해야 할 일이 보이고 그에 충실할 수 있으리라 다짐해 본다.

 

충북지방경찰청 상당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사 이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