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폴인러브

"여러분! 지금 인터넷을 통해 만나려고 하는 사람이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 별다른 이유도 없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 상대로 하는 묻지마범죄, 전자발찌를 찬 성폭행 전과범의 재범 등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등이 이러한 원인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2005년도 360여건의 살인사건 중 37%가 묻지마 범죄였습니다. 그러나 2009년에는 54%나 차지했다고 합니다.

또 이런 범죄의 경우 정신질환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굉장히 큰데요.

묻지마 범죄의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살인,방화,강간 등 성폭력,상해,손괴,폭행 등이 있습니다.그 원인으로서는 사회계층간,빈곤,하류계층간,스트레스,정신분열 등이 있고, 또 금품이나 금전이 목적이 아닌 표출형 범죄이기도 합니다.

국가적으로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누구든 묻지마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더욱더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서울의 한 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서 청소년 전담 형사로 5년 동안 근무하였고 수많은 사건을 다루면서 머릿속에서 잊혀 지지 않는 사건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처리했던 이 사건을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특히, 청소년 어려분이 인터넷 등 온라인을 통한 만남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한번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2006년도 8월, 방학기간 중 청소년들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 성매매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 확인되어 경찰청에서는 이에 대한 수사를 하였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에도 밤11시가 넘도록 불이 꺼지지 않고 직원들은 채팅사이트를 누비며 이런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는 청소년들을 찾고 있었습니다. ○○사이트 채팅방에서 어떤 19살의 여학생과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여학생은 자신이 급하게 돈이 필요하여 어쩔 수 없이 조건만남(일정한 돈을 조건으로 성관계 함을 뜻함)을 한다며 광명사거리역 근처에서 만남을 원했습니다. 보통의 여학생들은 삼촌뻘 되는 남자들과 조건만남을 위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이 많은데 이 여학생은 한 보험회사의 광고멘트와 같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습니다. 현금 15만원을 원할 뿐... 좋지 않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일단 이 여학생을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로 선배 한명과 함께 차를 타고 갔고, 20여분만에 도착한 광명사거리역. 자정이 다된 시각에도 사람들이 많이 오갔습니다. 혹시나 경찰스럽게(?)생긴 선배를 보고 도망이나 가지 않을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켜보도록 한 후 혼자서 여학생을 기다렸습니다. 약속시간이 30여분 지났을까 그토록 기다리던 여학생이 수줍고, 긴장한 표정으로 나타났습니다. 저는 천천히 다가가 “○○사이트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 맞아요?”라고 했더니 작은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했고, 저는 선배가 기다리고 있는 방향으로 유도해 걸어가며 말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아저씨 경찰이야.”라고 했더니 화들짝 놀라더군요. 그리고 자꾸 뒤를 돌아보며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쪽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한적한 골목길에 도착해 이름과, 사는 곳, 혹시 가출한 것인지는 아닌지 물었으나 입을 꾹 다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그쳐보기도 달래보기도 하며 한 시간 정도가 지나셔야 여학생이 마음의 문을 열었는지 “아저씨, 저 도와주실 수 있어요?” “응, 당연하지. 우리는 너같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일하는 여성청소년계 형사야. 아저씨가 뭐든 도와줄게. 말해봐” 그러자 여학생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어린 여학생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이 여학생의 실제 나이는 15세, 이름은 김○○, 전남 광주에서 이혼한 아버지와 두 살 많은 언니와 살고 있었습니다. 약2개월 전 언니가 가출을 했고, 한 달전 언니와의 전화통화로 경기도 광명에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무작정 가출하여 언니를 만나러 왔습니다. 그러나 하나뿐인 소중한 언니와의 재회에 무시무시한 상황이 숨어 있었습니다.

두 달 전 언니는 가출하여 먹고 잘 곳이 없자 PC방을 전전하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접속한 채팅사이트에는 서로 밥을 사주고 재워주겠다는 마음이 따뜻한(?) 수많은 남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알게 된 25살, 전○○. 처음에는 먹을 것과 잠자리가 막막한 언니에게 정말 따뜻한 오빠였습니다. 맛있는 밥을 사주고, 모텔에서 따뜻한 잠자리를 제공하며 언니의 마음을 빼앗은 전씨는 언니와 동침까지 하며 약2주간 그렇게 지냈습니다. 직업이 없던 전씨는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소비하자 언니에게 한가지 제안을 해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터넷 채팅을 통한 조건만남. 언니는 하기 싫다고 거절했지만 따뜻하던 오빠는 짐승으로 돌변해 폭행과 협박을 했고 결국 언니는 조건만남을 시작하게 됩니다.

PC방에서 전씨는 여자를 가장하여 직접 채팅을 하여 성매매 할 남성들을 유인했고, 힘에 겨워 옆자리에서 눈을 부치고 있던 언니는 전씨가 정해주는 장소에서 낯선 남자를 만나 근처모텔에서 성관계를 하고 대가로 받은 돈은 모두 전씨가 가로챘습니다. 전씨는 언니가 남자를 만나는 순간부터 모텔에 들어갔다가 나올 때까지 뒤따라 다니며 감시했고, 수시로 언니를 폭행했습니다.

결국 언니는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온 동생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동생까지도 그 위험한 상황을 함께 하게 된 것입니다. 전씨는 언니에게 하듯이 동생에게까지 한 달간 수많은 남성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시켰고, 전씨는 언니와 동생 중 한 명은 성매매를 내보내고 한 명은 인질삼아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를 걱정하는 언니와 동생은 신고조차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저와 선배는 작전회의를 돌입했습니다. 일단 죄가 중하고 동생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긴급체포를 하기로 했고, 돌발상황을 대비하여 선배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약 한 시간 후 동생이 전씨에게 전화를 걸어 성매매를 끝나고 나왔으니 광명사거리 3번출구로 나오도록 했습니다. 동생은 언니가 걱정되는지 초조한 모습으로 전씨를 기다렸고 우리 수사팀은 행인을 가장하여 잠복에 돌입했습니다. 20분쯤 지나 드디어 전씨가 나타납니다. 동생이 말한대로 전씨는 마른 체격에 강단 있게 생긴 다부진 남자였습니다. 자연스럽게 만나 어디론가 향하는 동생과 전씨, 우리는 작전을 개시합니다. 천천히 뒤따라가 전씨의 팔을 꺾어 수갑을 채우고 긴급체포를 했습니다. 그리고 심리적·신체적으로 감금당하고 있는 언니를 모텔에서 구조함으로써 일단 상황이 종료되었습니다.

수사과정에서 전씨는 자매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거나 돈을 갈취한 사실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고, 마치 불쌍한 가출자매에게 숙식을 제공한 청소년 자선가처럼 행동했습니다. 누가 보아도 경험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관되고 상호 일치되는 자매의 진술, 숙식했던 모텔의 CCTV자료, 채팅기록, 목격자 진술을 확보하여 결국 전씨는 구속되고, 자매는 새벽기차를 타고 온 아버지를 따라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사건이 검찰청으로 송치되기 3일전,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전씨 면회를 왔습니다. 사건내용을 궁금해 하며 안색이 하얗게 질린 그녀는 바로 전씨의 약혼녀였습니다. 우리를 더욱 놀라게 했던 사실은 다음 주 일요일이 바로 전씨의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것. 결국 전씨는 자신의 결혼일, 멋진 턱시도가 아닌 죄수복을 입고 영등포 구치소에 있어야만 했습니다.

저는 이 사건을 통해 가출여학생 2명을 위험한 상황에서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고 범인을 검거한 것에 큰 보람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어딘가 모르게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청소년 여러분! 가출과 인터넷을 통한 잘못된 만남은 이렇게 위험하답니다.

여러분이 지금 온라인을 통해 만나려고 하는 사람이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진천경찰서 경무계 경사 이송성